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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자전거.........자전거를 처음 본 조선인이 중얼거렸다.

친환경자전거/자전거소식

by 김타쿠닷컴 2009. 6. 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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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처음 본 조선인이 중얼거렸다. “바쿠”. ‘바쿠’는 ‘바퀴’의 방언이다. 그러자 자전거 주인인 20대 중반의 미국인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조선에서도 자전거를 ‘바이크’라고 하는구나! 1885년 선교 활동을 위해 조선에 건너오면서 자전거를 가지고 왔던 어느 미국인이 남긴 이야기다. 19세기 말 제물포(인천) 개항 당시 자전거를 처음 본 사람들은 ‘괴물차’니 ‘나는 새’라느니 하며 피해 달아나기도 했다. 나중에는 ‘자행거’ ‘축지거’라고도 했다. ‘바퀴’를 ‘훈몽자회’에서는 ‘바회’, ‘역어유해’에서는 ‘바쾨’라고 했다. 그러던 것이 오늘에는 바퀴로 정착됐다.

제물포를 거쳐 한양(서울)에까지 자전거가 들어온 이후 궁내에서 이를 본 고종 황제는 호기심이 많았다. 앞뒤 두 바퀴 위에 사람이 올라앉았는데 쓰러지지도 않고 잘 달리는 자전거를 신기해했다. 1893년 선교사 애비슨이 시승해 보인 뒤 타 볼 것을 권했지만 고종은 빙긋 웃을 뿐 타고 싶어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종의 3남 의화군(의친왕)은 달랐다. 미국에 유학중이던 그는 자전거 타기를 너무 좋아했다. 여러 차례 긴 자전거 여행을 했는데, 혼자서도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다닐 만큼 ‘마니아’였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전거를 탄 사람이 외국인임을 보여주는 기록이 있다. 1884년 12월 미 해군 랜스 데일 대위가 제물포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는 기사가 당시 외신에 소개돼 있다는 것이다.(정성화·로버트 네프, ‘서양인의 조선살이, 1882∼1910’·푸른역사) 그리고 1896년 무렵에는 한양에만 여성용 4대를 포함, 14대의 자전거가 있었다고 한다. 이후 자전거가 급속히 늘자 고종 황제는 1906년 12월29일 칙령 제81호로 자전거세 등이 포함된 ‘지방세 규칙’을 비준하기까지 했다.

1970~1980년대를 전성기로 급속히 줄어들던 자전거가 요즘 눈에 띄게 늘었다. 최근 5년 동안만 자전거 수입량이 연평균 6.7% 증가했다. 올 들어서는 20배 가까이 늘어 월평균 122%의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수입한 194만대 가운데 94.8%, 184만대가 중국산이다. 우리나라도 1994년에는 120여만대나 만들어내는 주요 자전거 생산국이었지만, 지금은 수입국의 처지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자전거가 ‘녹색’ 바람을 타고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황성규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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