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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김태희 자전거'는 브레이크가 없다?

일본엔타메/스크랩

by 김타쿠닷컴 2008. 2. 18.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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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연애시대>. 주인공 손예진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는 일본의 유명 모델인 브릿지스톤 아비오스다.
ⓒ SBS

http://www.etbike.co.kr/sub/view_product.php?Code=2001420130&CatNo=6&start=0 브릿지스톤 일본자전거보기

 

올해 초 드라마 <연애시대>(2006)가 방영된 뒤, 한동안 주인공 손예진이 탄 자전거가 인기를 끌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나온 자전거가 무엇인지 궁금해 했고, 그에 관한 정보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다. 정답은 일본의 유명 모델인 브릿지스톤 아비오스(abios tourer ATU42).

드라마 <궁>(2006)이 방영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주인공인 윤은혜가 통학용으로 타고 다니던 자전거에 시청자들은 적지 않은 관심을 가졌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2005) <풀하우스>(2004) <파리의 연인>(2004)이 방영된 뒤에도 주인공들이 타고 다닌 자전거는 적지 않은 유명세를 치렀다.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2004)에 등장한 자전거는 '김태희 자전거'라고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대학교의 낭만과 함께 독특한 모양의 자전거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던 것. 이외에도 <황태자의 첫사랑>(2004), <겨울연가>(2002), <인어아가씨>(2002) <가을동화(2000)> 등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들엔 항상 자전거가 주요 소재로 등장했다.

[드라마] 낭만적인, 너무나 낭만적인

▲ 드라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에 등장한 자전거 손잡이에는 브레이크 조절장치가 없다. 페달의 힘으로 자전거를 멈추는 페달 고정식으로 추정된다.
ⓒ SBS
이들 드라마의 공통점은 대부분 낭만성을 강조하는데 자전거가 쓰였다는 점. 페달을 굴리면서 발생하는 땀 냄새를 이들 드라마들에선 느낄 수 없었다. 자전거가 가진 수많은 장점들 중에서 이들 드라마들은 오로지 '낭만'만 가져갔다.

<연애시대>의 손예진은 출퇴근용, <궁>의 윤은혜가 통학용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녔지만 그 부분은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다. 자전거 자체보다는 대부분 자전거탄 모습에 눈길을 둔 탓이다.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에 등장한 반달형 모양에 브레이크도 없는 핸들은 국내에선 아주 낯선 모양이었지만 그다지 화제가 되진 않았다. 요즘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에서 유행하고 있는, 페달의 힘으로 자전거를 멈추는 페달 고정식 자전거로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자전거'는 오로지 낭만 일색인 상태로 전혀 진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인생이 오로지 '낭만'뿐인 것만은 아니다.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자전거의 좀더 다양한 부분들이 다뤄질 필요가 있다.

[한국영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달린다

▲ 영화 <박하사탕>에서 양홍자(김여진 분)는 김영호(설경구 분)에게 자전거를 배우면서 가까워진다.
ⓒ 이스트필름
자전거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끈으로 종종 사용된다. 김진국(박해일 분)이 조연순(전도연 분)을 자전거에 태우고 달린 <인어공주>(2004), 양홍자(김여진 분)가 김영호(설경구 분)에게 자전거를 배우면서 가까워지는 모습을 담은 <박하사탕>(1999)이 대표적이다. 이들 영화에서 사람들은 자전거를 통해 서로 소통한다.

자전거는 주인공의 심정을 보여주는 데도 적절하게 사용된다. <말죽거리 잔혹사>(2004)에서 주인공 현수(권상우 분)는 유진(한가인 분)에게 향하는 마음을 폭풍 같은 자전거 질주로 표현했다. 현수의 사랑이 유진에게 다가가지 못할 때는 자전거 바퀴 역시 겉돌면서 그의 심정을 표현했다. <첫사랑>(1993)에서도 시원하게 달려 나가던 자전거는 김혜수의 설레는 심정을 보여줬다.

▲ 영화 <칠수와 만수>. 한국영화에선 몇 십 년 전 유행했던 자전거 헤드라이트, 물받이, 삼각형 지지대가 거의 빠지지 않는 구형 자전거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자전거는 낭만적인 소품으로 이용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리얼리즘 영화의 명작 <자전거 도둑>이 그렇듯이 자전거는 질긴 삶의 또 다른 모습이다. 장백지가 자전거를 타고 '세탁 세탁'을 외치던 <파이란>(2001), 만수(안성기 분)와 칠수(박중훈 분)이 2인용 자전거를 타고 간판 일을 하러 나가는 <칠수와 만수>(1988)에서 자전거는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낭만과 현실이 결국 한 몸이라는 것을 보여준 영화 <인어공주>(2004)에서 자전거는 두 가지 모두를 보여준다. 우편배달부인 김진국(박해일 분)에게 자전거는 생계수단이다. 그러나 연인을 태우고 달릴 때 자전거는 무엇보다도 낭만적인 모습이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에서 세 여자 주인공이 타는 자전거는 기어이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고자 하는 여성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포스터에 등장한 세 여자의 모습은 비장하기보다 상쾌하다. 아마 자전거가 가진 매력이 아닌가 싶다.

그외 <편지>(1997), <미술관 옆 동물원>(1998), <내 마음의 풍금>(1999), <시월애>(2000), <행복한 장의사>(2000), <흑수선>(2001), <사랑니>(2005)에서도 자전거는 주요하게 등장했다.

재미있는 건 한국 영화에서 등장하는 대부분 자전거가 '추억'의 소재로서만 쓰인다는 점이다. 몇 십 년 전 유행했던 자전거 헤드라이트(자가발전기를 단), 물받이, 삼각형 지지대가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행복한 장의사> <박하사탕> <인어공주> <첫사랑> <파이란> <흑수선>)

하지만 최근 자전거는 과거 짐 자전거 형태에서 벗어나 산악형(MTB), 경주용(싸이클), 오토바이형, 리컴번트(누워서 타는 형태), 미니벨로(20인치 이하의 바퀴 작은 형태) 등 상당히 다양하다.

그나마 <홍반장>에서 서스펜션(충격완화장치)이 달린 MTB형 자전거가 등장한 게 최근 자전거를 반영한 경우다. '자전거'는 아주 훌륭한 '추억'의 소재다. 하지만 현재 주요한 교통수단이자, 환경친화적인 미래형 수단이라는 게 조금 감안되면 영화 속 자전거 용도가 훨씬 다양해질 것이다.

[외국영화] 인생과 함께 돌아가는 자전거

▲ <브레이킹 어웨이>는 500마일 자전거 경기를 다룬 영화다.
외국 영화를 보면 자전거 문화가 얼마나 발 빠르게 진화해 왔는지 잘 알 수 있다. 청나라 말기에서 근대 중국으로 넘어오는 시기를 다룬 <마지막 황제>(1987)에서 자전거는 서양 문명을 상징한다. 황제 부의는 가정교사인 미스터 존슨을 만나면서 안경을 쓰게 되고 자전거를 타게 된다. 이 때 자전거는 동양인에게는 아주 신기하고 신비한 물건이다.

이후 자전거는 사람들의 일상 속에 깊숙이 파고든다. 2차 세계 대전이 배경인 <인생은 아름다워>(1997), 2차 세계 대전 직후를 다룬 <시네마 천국>(1988)에서 자전거는 물마시고 밥 먹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러브레터>(1995)를 보면 자전거가 일본 사람들의 일상에 얼마나 잘 녹아있는지 잘 드러난다. 학교 주차장에 즐비한 자전거들, 자전거 페달을 밟아 전조등 불빛을 만든 뒤 시험지를 확인하는 장면에서 그런 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

자전거는 주요한 교통수단이기도 했지만, 생계수단으로서도 아주 요긴하다. 베트남이 배경인 <씨클로>(1996)와 중국이 배경인 <북경자전거>(2001)에서 자전거는 가족을 먹여 살리는 거의 유일한 생계 도구다.

자전거가 생활화면서 그 용도는 좀더 다양해진다. <브레이킹 어웨이>(1979)는 500마일 자전거 경기를 다룬 박진감 넘치는 영화다. 경주용 자전거가 화면을 가득 수놓는다.

▲ 영화 <포스트맨 블루스> 한 장면
자전거 성능이 좋아지고 도로가 발달하면서 자전거는 다른 교통수단과 본격 대결한다. 청룽(성룡) 주연의 홍콩 영화 <프로젝트A>(1983)에선 자전거가 자동차를 추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주인공 성룡은 자동차를 타고 달아나는 악당을 단지 자전거만으로 추격한다.

<메신저>(1999)는 자전거 퀵 서비스 영화다. 여기서는 오토바이 택배와 대결하는 자전거가 등장한다. 자전거 택배원이 아주 우스꽝스럽게 등장하는데,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쿠사나기 츠요시(초난강)가 주연을 맡았다.

그리고 <대탈주>(1963)에선 주인공들이 자전거를 타고 수용소를 탈출하는 묘기를 보여주고, 급기야 < E.T.>(1982)에선 자전거가 하늘을 난다.

자전거의 용도가 가장 파격적으로 진화(?)한 영화는 <걸스온탑>(2002)이 아닐까 싶다. 한참 성애에 관심이 많은 여자 주인공들은 온갖 궁리끝에 '기구'를 사용하는데, 그게 바로 '자전거'다.

그러나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으니 자전거를 통해 나누는 사람 사이의 소통이다. <첨밀밀>(1996)은 사랑의 기쁨과 아픔을 자전거를 통해 아주 잘 보여준다. 소군(여명 분)이 이요(장만옥 분)를 태우고 다니던 낡은 자전거. 소군은 이요와 헤어지자 즐겨 타던 자전거를 더이상 타지 않는다. 지나간 아픈 사랑의 기억 때문이다.

그 외 모니카 벨루치의 명연기가 돋보인 <말레나>(2000)를 비롯 <모넬라>(1998), <유리의 성>(1998), <포스트맨 블루스>(1997)에서 자전거는 인상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만화] 아련한 추억부터 경륜의 세계까지

▲ 미야오 가쿠의 만화 <내 마음속의 자전거>에는 매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자전거들이 등장한다.
우리나라에 자전거 만화가 소개된 것은 거의 최근 일이다. 박흥용의 <내 파란 세이버>(1998)를 제외하면 대부분 만화들이 2000년 이후에야 소개되기 시작했다. 만화 쪽에서 자전거는 이제 첫 발을 내딛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자전거 애호가들의 필독서라고 불리는 작품은 미야오 가쿠의 <내 마음속의 자전거>(2001)다. 매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자전거들이 등장해 다양한 자전거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각 자전거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강점이다.

자전거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펑크 때우는 법, 비올 때 대처법, 안장 조절법 등 다양한 정보가 함께 나오기 때문에 자전거 입문자들이 읽기에 좋다. 그러나 자전거보다 사람을 위주로 했기 때문에 자전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김동화의 <빨간 자전거>(2003)는 어느 우편배달부의 따스한 시선 속에 담긴 세상 이야기다. 자동차, 휴대폰과 대비되는 자전거, 우편배달을 통해 현대 문명 속에 사라져가는 사람들의 정을 보여준다.

국내에 소개된 자전거 만화 중엔 유난히 경주용 자전거가 소재인 경우가 많다. 자전거만의 속도감을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박흥용의 <내 파란 세이버>(1998)는 자전거를 소재로 한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다. 동네에서 비료 포대를 타고 놀던 소년이 사랑을 하고 죽음과 이별, 고통을 겪는 과정이 자전거와 함께 찬란하게 펼쳐진다. 경주용 자전거로 오토바이를 따돌리는 등 자전거의 속도감이 인상적으로 묘사된다.

▲ 김성강 애니매이션 <자전거 여행>
소다 마사히토의 <스피드 도둑>(2000)은 언덕만 보면 힘을 내는 한 사이클 선수가 주인공이다. 평지와 내리막에 비해 훨씬 고된 언덕 사이클에 초점을 맞춰, 위기에 도전하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그렸다. 땀이 흥건한 작품이다.

<두 바퀴의 기적 린도>(2004, 노리미네 에이치 글, 이노우치 타카유키 그림), <타종>(2000, 야마모토 야스히토)도 경륜이 소재다.

그리고 <마리 이야기>로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페스티벌 그랑프리를 차지한 이성강 감독의 애니메이션 <자전거 여행>(2005)도 빼놓을 수 없다. 자전거 애호가이기도 한 이성강 감독은 국가인권위 프로젝트에 자전거를 통해 이주 노동자의 삶을 묘사한 <자전거 여행>을 내놓았다.

국내 자전거 관련 만화가 아직 많지 않은 편이다. 또한 외국 만화도 많이 소개되지 않았다. 아직 국내 자전거 만화 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자전거 종류가 경주용 외에도 생활용·산악용·미니벨로 등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소재는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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